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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숲뱃//사랑은 랜선을 타고 본문

중편

숲뱃//사랑은 랜선을 타고

외계인과박쥐 2017. 5. 1. 16:45
By.이름은 비워둘 수 없습니다



모든 영화 촬영이 끝나고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 기였다.
가볍게 촬영 뒤풀이에 참석했었고 데려다 준다는 매니저를 뒤로하고 스스로 차를 몰아 혼자 살기에 버거운 커다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불을 켜자 얼마 전 촬영장에 지각한다며 서두르느라 내팽개친 옷가지와 쏟아버린 물컵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제일먼저 한 행동은 소파에 커다란 몸을 기대며 핸드폰을 켜는 일이었다.

S - 으아 드디어 끝! 지겨웠어!
W - 다 끝난거야?
S - 응, 뒤풀이까지 완벽! 자유의 몸이야!
G - 고생했어.
P - 추리물은 처음이었지? 수고했엉~
S -  탐정같은거 진짜 안어울리는거 같아, 앞으로는 안 할거야~~ ㅠㅁㅠ
G - 그건 그래, 우락부락한 몸으로 추리나 하다니, 그냥 그 몸으로 범인을 때려잡는 게 잘어울릴거야. ㅋㅋㅋㅋㅋㅋ
P - 동감~ 처음에 추리영화 시작한다고 했을 때 FBI나 CIS 역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고,
S -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금새 시끌벅적해지는 화면에 힐링이 되는 듯 샐쭉 미소가 피어 오른다. 잠시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화면을 보다 지저분한 거실을 정리하고 간단히 맥주를 챙겨 본격적으로 핸드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제일 궁금한 것부터.

S - 그런데 브루스는?
G - 아프데.

"어디가!"

육성으로 소리쳤다가 자판을 두드렸다.

S - 감기?
W - 아니, 신경성 위염이래.
P - 나는 이럴 줄 알았어.
S - 알았다니?
G - 너야 촬영때문에 잘 못 봤겠지만 요 한달간 술을 달고 사셨단다.
P - 집이라도 가까웠으면 문병갔을텐데

단체방을 나와 허겁지겁 개인 디엠을 열었다.

S - 브루스!!
B.S - 뭐야 클락.
S -  있었어? 아프다며,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신거야? 힘든일 있어? 병원은??
B.S - 1.귀찮아서 단체방 안 갔어. 2.일 담당자랑 계약서 조정 건으로 짜증이 나서. 3.소파를 혼자 바꾸는 바람에 힘들고. 4.주치의있어.
S - 많이 괜찮아 진 거지?
B.S - 니 잔소리 때문에 낫던것도 재발하겠다. 단체방으로 와.
S - 잔소리라니! 친구의 걱정을!!

입술을 삐죽삐죽 거리며 단체방으로 돌아가자 또 클락이 닥달해서 왔냐는 말의 시작으로 그들의 하루가 지나갔다.

클락 켄트. 제법 알아주는 배우로 액션을 전문으로 연기하고 있다. 멜로물에도 어울릴법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도통 근육으로 가득 찬 몸이 빠질 생각을 안 해 로맨스는 정말 간간히 하고 있는, 세계적인 스타이자 이 SNS의 6인의 비공개 계정방의 가장 잘나가는 민간인이다. (할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B.S와만 알고 지내던 계정이었는데 클락이 여기저기서 마음 맞는 이 (G와 P)를 데려오고 B.S 가 W를 데려오면서 제법 다른 사람들의 공개 계정만큼은 아니지만 복작복작하니 즐거웠다. 모두 클락을 연예인으로써 대하지 않고 징징대는 덕후로 봐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S - 내일 붉은 망토 외전 발매일. 다들 어서어서 사라고.
G - 나는 니가 사라고 닥달할까봐 예약했다.
P - 이번 외전에서는 정말 플래시 정체가 나오는 걸까?
S - 흐름상으로는 플래시 말고 그린랜턴인데 말이지..
W - 나는 붉은망토 외전 보다는 크리스탈 정발이나 나왔으면 좋겠어. 그거 아직도 6권이라고.
S - 외전 끝나면 나오지 않을까? 저번 권 복선에 크리스탈 나왔으니까.

활화산 처럼 만화얘기를 하는 화면을 보며 클락은 행복하게 웃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멤버 전원에게 히어로 만화를 영업한게 저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조금 시무륵해지기도 했다.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인 B.S는 아직까지도 치이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만화얘기가 나오자 쑥 들어가선 나오지도 않는다. 직업이 화가라는 말에 제일 열심히 영업을 했는데, 치이기는 커녕 너무 들이밀때는 블락까지 당했었다. 물론, 그에 굴하지 않고 매달려서 B.S가 그린 붉은망토 슈퍼맨을 받을 수 있었지만.

B.S - 베리, 저번에 알려준 마카롱집 고마워.
P - 거기 체인점도 괜찮았나 봐?
B.S - 응. 고아원 애들이 좋아했어.
G - 야, 브루. 거기애들 다 착하다며!
B.S - 착하지. 얌전하고.
G - 웃기시네! 나 거기 가서 정강이만 걷어차였다고!
B.S - ? 뭐야 내 욕해서 혼내준 아저씨 있다고 하던데, 그게 너였냐?
W - 뭐야, 할은 거기 가봤어? 진짜 의외야, 봉사같은거 안할것 같은데,
P - 맞아! ㅋㅋㅋ

맛집이며 봉사활동 평범한 대화로 돌아간 창을 보며 씁쓸해 하고 있었다. 배우 클락 켄트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친구들의 대화로 대리만족을 하는 사이 업무용 핸드폰의 전화벨이 울렸다.

"? 형. 무슨 일이야? 업무용으로 전화를 다하고?"

그리고 클락은 핸드폰을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클락의 귓가에 울리는 건,

-붉은 망토 슈퍼맨 캐스팅 왔어, 할래? 너 그거 꼭 하고 싶다고 했잖아. 클락? 클-
"할게! 꼭!! 내가 할게!! 형 고마워!!! 우아아아악!!"

27의 클락켄트, 평생 꿈꿔왔던 히어로영화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였다.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는 모습을 파파라치 기자가 봤다면 그날 신문 헤드라인은 단 하나였다.

'클락켄트 정신을 놓다.'

그날 클락의 SNS창은 그 어느 때보다 열광적이었다. 그도그럴것이 B.S를 빼고 모두 그 만화의 덕후들이였으니까, 만화가님 만나면 콘티를 좀 훔쳐와라 서부터 책을 보낼테니 사인을 받아달라는 얘기까지, 클락이 이 멤버에게 제 정체를 알려준 그날(포스트잇에 제 계정을 써 입술에 붙힌채 윙크한 사진)보다 더 후끈 달아올랐었다. 그런 디엠방에서 흥분과 기쁨에 훨훨 날던 클락이 조금 잠잠해진건 아까부터 개인창에는 이제 여름이 왔다며 토끼풀밭을 그려올리면서 디엠방에서는 코빼기도 안보이는 B.S 때문이었다.

S - 브루스!
B.S - 왜.
S - 축하 안해줘?
B.S - 축하해.
S - ...뭐야, 영혼이 없는거 같은데?
B.S - 뭐래
S -  제대로 해줘! 친구가 오랜 우상이었던 슈퍼맨을 하게 됐는데!! 팬인 만화가님을 만나게 됐는데!
B.S - 으음... 클락.
S - 왜!
B.S - 놀라지 말고 잘 들어. 아니, 잘 읽어.
S - ?
B.S - 내가 그 만화 그린 사람이야.
B.S - 먼저 알려주려고 했는데 볼 때마다 너 찬양하는 글만 써대서 타이밍이 안 났었어.. 음, 이제야 말한 거 미안하고, 그러니까 내 축하는 안받아도 괜찮겠지? 내 만화 주인공 된 거 내가 축하는 거 좀 창피하기도 하니까,
B.S - 클락?
B.S - 야, 죽었어??

제가 운동을 조금만 더 했으면 손에 쥔 핸드폰을 부수고도 남았을 거라는 사실을 모른채 클락은 숨쉬는 것도 잊었다. 그리고 그동안 클락의 머리엔 주마등이 스쳤다. 죽을 위기도 아니건만, 클락에게는 그만큼의 충격이였는지 그간 브루스에게 만화가님에 대한 저의 존경과 사랑을 구구절절히 얘기하던 나날이 떠올랐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까지.

"으아아아악!!!!"

그날 밤, 클락은 침대에 엎드려 이불을 뻥뻥 차다가 결국 침대를 부숴먹었다.

"......"

이른아침에 눈이 떠졌다. 충격과 부끄러움에 잠을 설쳤는데 정신은 상쾌했다. 그리고 침대 구석에 처밖혀있는 핸드폰을 집어 까만 화면을 밝혔다. 보이는 화면엔 늦게 알려줘서 미안하다는 브루스의 디엠과 나중에는 답도 없냐고 화내는 글이 보였다. 클락은 그 화면을 다 위로 올리고 꾹꾹 자판을 눌렀다.

S - 증거를 보여줘. 내가 저번에 출연료 3달치를 쏟아서 당첨된 슈퍼맨 초기설정 콘티 소장 이벤트 당첨 됐거든, 거기에 내가 했던 것처럼 이 계정쓴 포스트잇 입술에 붙여서 셀카 사진 보내줘.

답이 없을 줄 알고 썼는데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지 답은 금방왔다. 꼭 그렇게 해서 찍어야 하냐는 말에 그거 아니면 절대 안믿을거라고 성화를 부렸다.

B.S - 어차피 미팅때 볼텐데,
S - 먼저 확인 하지 않는한 나는 미팅장 가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죽을거 같으니까 그래. 내가 얼마나 너한테 B님의 찬양을 해댔는데!
B.S - 흐음... 다른 녀석들한테도 알려줘야 겠지?
S - 나부터 확인 하고.
B.S -  정말 너때랑 꼭 똑같이 하려고?
S -  그래! 불만 있냐?!
B.S - ㅋ 알았어. 다음주가 기대되네.
S - 하아... 착찹해.
B.S - 말 못해서 미안.
S - 됐어,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에 말해줬어도 지금까지 못믿었을거야.

물흐르듯 흐르는 대화에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진 클락의 마음이 다시 쿵쾅거린것은 5일 후 받은 슈퍼맨 콘티가 있는 상자안에서 발견된 연예인병 돋은 사진이라고 놀림받았던 그 모습으로 사람과 계정만 다른 존재때문이었다.

"..진짜였어.... 브루스가 진짜로!!!"

고이고이 자신의 지갑 신분증 뒤에 사진을 꽂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진짜 붉은망토의 작가라는 사실에, 그리고 자신이 꿈꿔온 이상형에 부합하는 얼굴에. 클락의 사랑이 급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이대로라면 진정되기는 커녕 미팅날 얼굴보고 진짜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르겠어어어!!!"

현실의 클락이 패닉에 빠진사이, SNS 안의 친구들도 급작스럽게 제 정체를 밝힌 브루스에 의해 아비규환이 되어 있었다.

B.S - 너무 그러지들 마라 좀. 슬슬 짜증난다. 이게 뭐 대단하다고.

미안해하던 브루스의 글이 이젠 짜증으로 변해있었다.

+

"......"

클락은 누가 알아볼새라 검은후드에 얼굴의 반을 가리는 마스크를 와 눈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낀채 공항에 나와 있었다. 훤칠한 키덕에 사람들의 이목을 한몸에 받았지만 어두컴컴한 행색에 사람들은 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락은 초조했다. 게이트에서 나올 사람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초조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저에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이미 상황을 벌어졌고 그 당일이 오늘이루어졌다.

S.B - 클락. 있어?
S - 왜?
S.B - 다음달에 우리 미팅있잖아,
S - 응.
S.B - 비행기표는 끊었는데 호텔을 못했어. 근처에 예약할 만한데 있을까? 한달정도 머물거거든
S -  한달?
S.B - 응, 그 쪽 도시는 처음이라서 구경도 좀 하고 풍경좀 그리게. 참, 나 중간에 방 바꾸는거 싫으니까 한달 풀로 빌릴 수 있는 곳으로 부탁할게.
S -  그럼 우리집으로 올래?
S.B - 응?
S - 나 쓸데없이 방도 많고, 미팅장소랑 멀지도 않고... 음... 숙박비도 무료고?
S.B - 그래도 돼?
S- 물론!
S.B -  좋아. XX월XX일 SS시 DDDD공항 도착이야.
S - 마중갈게.

존경과 사랑해 마지않는 브루스웨인이 클락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시간이 다가올 수록 목이 말랐다. 첫 오디션때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클락은 좀처럼 목이 바짝 타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때 게이트가 열리고 사람들이 우수수 나오자 잡고 있던 팬스를 더 꽉 움켜진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인영에 토할 지경이였다.

새카만 머리칼에 밝은 하늘색 눈동자, 태양아래를 잘 다니지 않았는지 하얀피부에 큰키, 흰 운동화에 진한 청색의 면바지, 저와 비슷한 검은 후드를 입고 나타난 모습에,

'모델이냐?!'

다행이 집에서 처럼 고래고래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클- 아니, S. 안녕."
"B-, 아.. 안녕."
"나는 유명인사 아니니까 이름불러"
"..브... 브루스"
"뭐 이리 긴장해? 집으로 초대해서 다 괜찮아진줄 알았더니"
"으으... 머리랑 마음은 다른법이야-"

클락의 말에 어이없다는듯 푸스스 웃는 모습에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브루스 웃는것도 너무 예뻐!!!'

선글라스에 제눈이 안보이는 것에 감사하며 집을 챙겨 공항을 빠져 나와 클락의 집으로 향했다.

"참, 클락. 이거."
"?!!!"

손님방을 보여주던 클락의 눈에 들어오는건, 구할 수 없었다고 좌절해던 슈퍼맨의 첫등장 장면 모습을 재현한 피규어였다.

"나는 필요없어서 가져왔어. 선물."
"브루스으으!!!"
"정말이지... 영화에 나오는 녀석 맞는지 의문이다."
"내가 이걸 얼마나 가지고 싶었는데!! 이건 경매에도 안올라온다고!!!! 으으으!!!"

신주단지 모시듯 손위에 올려놓고 감격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브루스가 고개를 절레흔들었다.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클락은 열심히 브루스를 데리고 이곳저곳 안내를 했고 브루스는 그런 클락의 옆을 차지해 걸으며 골목의 풍경과 하늘, 공원 등등을 그리는. 그림을 그릴때의 브루스는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새하얀 도화지에 익숙한 풍경이 브루스의 손길이 닿기만하면 모든게 색다르게 보였고 특히 그림그리기에 집중하는 브루스가 너무  예뻤다. 그래서 요즘 클락의 취미는 그림그리는 브루스 감상이였다.

"S. 그대로 모두 정지.표정까지전부."
"??"

그래서 갑작스럽게 저를 보고 석고상이 되라는 요청에 이유도 모른채 얌전히 있었다.

"이제 됐어."
"뭐 한거야?"
"너 그렸어. 방금 엄청났거든."
"내가?"
"응."

그리고 브루스가 내뱉는 말에 클락은 브루스말고는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방금 너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웃었어."

화방에 가야겠다며 일어서는 브루스를 멍하니 바라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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