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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숲뱃//외계인과 검은늑대.01 본문

중편

숲뱃//외계인과 검은늑대.01

외계인과박쥐 2017. 5. 24. 23:24


By.이름은 비워둘 수 없습니다


+

요즘 클락의 하루일과는 거울과 함께 시작되었다. 평소 클락에게 거울이란 그저 면도를 위해 히트비젼을 쓸때나 필요했던 것이었는데 요즘엔 제 몸처럼 거울과 함께였다. 데일리플래닛 사무실에까지 작은 거울을 비치할 정도였으니 클락의 거울 사랑은 유별났다.


클락의 동료인 로이스는 요즘 확 변한 클락의 행동에 의아해 하고 있었다. 구부정한 모습은 그대로 였지만 타자를 치다가도 힐끔힐끔 모니터 옆에 비치한 거울을 보는 모습이 유별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울을 볼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게 자신인것처럼 웃기도 했으니 말이다.


"......"


주변에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말거나 클락은 거울 보기를 멈출 수 없었다. 정확히는 제 파란 눈동자 색에 섞인 맑은 하늘빛을 바라보는 것을. 그날 존재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제 소환령을 만나 계약의 증표로 생긴 변화였다.
변화, 클락에게는 정말 두근거릴 정도의 단어였다. 크립토나이트가 아닌이상 몸에 흠집하나 나지 않는 몸에 너무 자연스럽게 생긴 브루스의 흔적. 히죽히죽 미소가 번졌다.


'클락, 미안하지만 바로 가봐야해. 네가 자고있는 바람에 돌아가지도 못해서 일이 밀렸어.'


귀가 추욱 내려간채 말하는 모습에도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던 오전이 떠올랐다.
'브루스, 목소리도 예뻤지.'
기억이 공유되어 서로를 알게 되었어도 자기소개를 따로했다. 영혼의 세계의 유일한 제사장, 검은 늑대 브루스 웨인. 모든 소환령들의 수호와 타락한 혼을 정화시키는 존재. 제 소환령인 브루스는 아름다운만큼 고귀하고 바빴다. 품에안고 출근이든 뭐든 하고 싶은것을 꾹참고 점심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맛집을 검색하고 리그에는 정말 위험한 일이 아니면 쉬겠다고도 했다.


"거울을 부숴버리기전에 어서 마감이나 해!!"


페리의 불같은 화도 오늘만큼은 무섭지 않았다.


+


브루스는 정말 바빴다. 겨우 5시간 자리를 비웠을 뿐이었는데도 처리를 기다리는 서류가 많았고 그 와중에 제 앞에 앉아 호들갑 떠는 할을 상대해주느라 말이다.

 

“네 기억까지 공유가 되었다고? 인간이 가능 한 거야?”

“인간이 아니라니까.”

“그럼 더 말이 안 된다고. 우린 인간들이랑만 연결되는데.”

“그냥 특이 케이스겠지.”

 

무심하게 내뱉은 말에 할의 입이 꾹 다물어 졌다. 그 모습에 브루스는 집히는 바가 있었지만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정확한 자료와 결과만을 믿는 제가 내뱉을 말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너 진짜 그 인간, 아니 외계인이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서로 외톨이니까.”

“…야, 눈앞의 친구가 슬퍼한다?”

 

제가 말하는 외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할이 우는 척을 한다. 이렇게 제 외로움을 알고 위해주는 할이었지만 아무리 아닌 척 해도 할의 깊은 마음속에는 저를 동정하는 감정이 있었으니까, 서로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클락과 할은 다르니까.

 

“친구는 무슨, 일이나 해.”

“와, 막 부려먹네. 나중에 인간세상 가서 클락 뭐시깽이한테 되갚아준다.”

 

입으로는 투덜거려도 저를 위해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할을 살짝 바라봤다.

 

“고마워 할.”

“별말을.”

 

=

 

클락은 조금 안절부절 못했다. 힐끔힐끔, 옆을 자꾸만 쳐다보았고 오른쪽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새하얀 린넨 반바지에 커다란 검은 반팔 박스 티. 처음 보는 인간세상이 신기한지 머리 위로 솟은 검은 귀가 쉴새 없이 까딱까딱. 풍성한 꼬리가 박스 티 아래로 늘어져 나온 모습의 브루스 때문에. 페리에 맞서 쟁취한 오전근무의 보상이 너무나 황홀했다.

 

브루스 또한 클락만큼은 아니지만 부산스러웠다. 조금 품이 넉넉한 정장에 크로스로 맨 갈색의 가방, 커다란 뿔테안경을 쓰고 자꾸 저를 바라보는 클락 때문에. 점심약속을 하긴 했는데 막상 인간세계에 가려고 하니 옷이 마음에 걸렸었다. 인간세계에 간 적도, 갈 일도 없어 갈아입을 옷이 없었다. 결국 할이 가져다 준 옷을 입은 게 마음에 걸렸다. 할은 무슨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줬지만 클락의 눈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아무래도 나한테 이 옷은 안어울리는 가봐……’

 

“미안해 클락. 좀 더 차려 입고 오려고 했는데 나는 인간들의 옷이 없어서.”

“괜찮아. 잘 어울리는걸.”

“흠……”

 

숨쉬듯 자연스러운 답변이었지만 틈 하나 없이 바로 나온 대답이라 브루스의 기분은 더 가라앉았고 애꿋은 박스 티의 아랫단을 만지작거렸다. 물론 그런 기분을 알리 없는 클락은 꼼지락거리는 손을 힐끔거리며 또 속으로 귀엽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점심은 작은 파스타 가게에서 먹었다. 입맛이 까다로운지 식사를 하는 내내 브루스는 알프레드의 음식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설명했었고 클락은 맞장구 쳐주며 다음 번에는 제가 만들어 준다며 음식 취향을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만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둘은 전혀 어색함이 없었고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브루스, 이제 우리 뭐할까?"

"글쎄."


클락이 사다준 테이크아웃된 아이스티를 마시며 둘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저에겐 해당사항이 없었기에 그다지 소환령에 대해 자세히 알아두지 않았던 클락과 인간세계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브루스였기에 딱히 할것이 없었다. 특히 클락은 브루스의 도움이 필요없는 외계인이었고 그건 브루스도 미찬가지 였다. 슬프게도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둘은 만나서 할게 없는 사이였다.


"나는 이곳 자체가 처음이니 생소하고 신기하니 모두 괜찮은데. 자네는 심심하겠군."

"아냐, 나도 안심심해."

"?"

"브루스 보는게 너무 좋으니까."

"실없는 소리."


고개를 팩 돌리며 빨대로 아이스티를 마시는 브루스의 옆모습을 보며 거짓이 아니라고 열심히 항변중인 클락. 결국 브루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알 수 없는 바람이 클락의 입을 막아버렸다.


"으읍읍-??"

"닥쳐 클락. 더 이상 헛소리하면 평생 목소리를 못내게 해주지."

"아, 알았어! ... 후아, 진짜 깜짝놀랐어. 브루스 능력이야?"

"...응. 나는 바람을 부리니까."

"바람? 브루스랑 잘 어울리는 능력 같아."


너무나 쉽게 브루스의 바람을 제압하는 힘에 브루스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소환령의 능력도 아무렇지 않게 상쇄시킬수있는 힘과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인간의 세상에 속하는 클락에, 그들에게 소외되고 싶지않아 자신의 모든걸 부정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클락이 너무 존경스럽고 슬퍼보였고 바보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런생각을 하는 브루스를 아는지 모르는지 클락은 그저 가만히 브루스를 보다 미간이 살짝 찡그려지는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왜그래 브루스? 기분이 가라앉은거 같아 보여."

"...너는 감정을 숨기는게 너무 쉽구나 싶어서."

"..어?"

"나는 그게 너무 어려웠거든."


씁쓸하게 웃는 얼굴에 클락의 눈동자가 감정에 휩싸이듯 떨렸다.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기 바빴던 나나 자신을 포기한채 남들을 위해 표류하는 너나."

"브루스."

"그거 알아 클락?"

"......"

"나는 정확한 설명과 타당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믿지 않아. 그런 내가 너와 이렇게 쉽게 계약을 맺고 너와 함께 있어."

"브루스......"

"나는.. 이 모든게 너무 두려워. 이렇게 너와 쉬고 있는것도. 이런 내 속내를 너에게 알리는 것도."

"두려워 하지마 브루스. 나는... 나는 너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좋아. 나와 모든걸 나눌수 있는 존재가 생겨서.. 그게 브루스 너라서.. 너를 만나서 나는 완전해졌어."

"클락-, 너를 정말로 내가 받아들여도 될까?"


클락을 바라보는 시린 하늘색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는다. 가슴이 욱신, 클락의 커다란 손이 브루스의 볼을 감싼다. 차가운 브루스의 눈물에 클락은 생전 처음 제 세계의 신을 찾았다.


"응. 물론이야 브루스. 그리고 그말, 원래는 소환령에게 부탁해야 하는 입장인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인거 알지?"

"...알게 뭐야. 내 힘도 쉽게 푸는 주제에."

"음? 그거 브루스가 풀어준거 아니었어?"


둘다 새빨간 눈가를 한채 실없이 웃었다. 클락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그를 위해, 브루스의 행복을 제가 반드시 이뤄주고 싶다고, 클락은 이날 브루스의 앞에서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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