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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숲뱃//한정판 본문

단편

숲뱃//한정판

외계인과박쥐 2017. 6. 20. 23:40





보통의 AV보다 더 잘나가는 채널이 두개 있었다. 하나는 흑발에 짙은 푸른 눈동자. 떡 벌어진 어깨와 훤칠한 키, 부드러운 눈매와 상반되는 페니스의 크기의 남자가 탑으로 있는 AV와 다른 하나는 흑발에 옅은 하늘색 눈동자. 가는 허리와 선이 굵은 훤칠한 키, 날카로운 눈매와 상반되는 탱글하고 말랑한 엉덩이의 남자가 텀으로 있는 AV가. 소속사가 달라 만날이 없는 둘이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둘이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SNS에서 심심치 않게 올라왔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두 소속사가 대박을 노리며 영화하나를 찍기로 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주연배우 둘은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브루스 웨인? 몇개 보기는 했는데 글쎄-, 요즘 사람들 취향의 얼굴과 몸이기는 해 보이는데 그래도 애잖아. 나 어린애랑은 찍은 적이 없어서... 흠...섹시해는 보이네."


"뭐? 클락 켄트? 어.... 본적이야 있지... 그 흉물스러운 크기를 가진걸.. 무식하게 크기만 하고 테크닉도 별로인것 같은 아저씨 같은데 꼭 해야 돼?"


서로에게 감흥이 없었다는 것. 그래도 둘다 회사 간판이었고 팬들이 원하는 거란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날짜가 잡혔다. 촬영 내용은 고아출신으로 세상에서 외톨이가 된 아이를 거두어주며 사랑에 빠지는 남자와 처음 받는 사랑이 무서워 겉도는 소년이라는 진부한 이야기. 잔잔한 AV만 찍던 클락은 별말이 없었고 불평은 브루스에게서 나왔다.


"소년이라는게 싫다고-,"


왜 다큰 저한테 소년 역할을 시키냐고 불만을 표출한다는 소식이 자연스럽게 클락의 귀에 들어왔고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아이들이 하는 의미없는 불평과 똑같다는걸 모르는듯 한 모습이 웃겼다.


"한번 만나보고 올게요. 약속은 잡지 마시고. 자주가는 카페나 알아봐줘요."


영화속과 실제모습의 차이가 얼마나 날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찾아간 한적한 동네의 카페에서 브루스를 처음 보게 되었다. 아무 무늬가 없는 새하얀 야구모자에 헐렁한 검은 후드티, 군청색의 청바지와 발목을 살짝덮는 하얀 캔버스 운동화. 생각보다 더 어려보이는 모습에 마시던 커피잔를 내려놓았다. 카페 주인과 친한듯 카운터에서 조금 긴 대화를 하곤 휘핑크림이 가득든 커피를 들고 햇볕이 가장 잘드는 창가에 앉아 턱을 괴고 빨대를 질겅질겅 씹는 모습이 클락의 눈에 곡 박혔다. 커피잔은 들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휘핑크림을 먹는 모습이.


"안녕. 브루스 웨인."

"....어. 뭐에요."

"인사에 답은?"

"당신이랑 인사할 사이 아니잖아요."


합석을 허락한적 없는데 왜 제 앞에 앉냐고 툴툴 거리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손을 뻗어 턱에 뭍은 크림을 닦아주었다. 손에 뭍은 크림은 생각보다 더 달았고 부드러웠다.


"고전적인 유혹인데 아저씨 한테 잘 어울리네요."

"아저씨 인건가."

"나보다 5살 위로는 다 아저씨에요."

"타이트 하네. 그리고 잘 어울려."


남은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 일어나 카페를 벗어났다. 자기 할말만 하고 가냐고 할법도 한데 신경도 안쓴다는듯 테이블에 엎어지는 뒷통수를 힐끗 바라봤다. 새하얀 목덜미가 도화지 같았다. 그 후 클락은 종종 브루스가 자주가는 카페에 나타났고 한두마디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클락은 부르스 웨인의 입술에, 브루스는 클락 켄트의 손끝에 시선을 집중한다.


'입술안쪽도 붉을 줄 알았는데 핑크빛이 도네'

'관리받나.. 상처하나 없이 크네, 엄청 따뜻하겠지?'


대화없이 보고 싶은 곳만 서로 바라보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던 나날이 흘렀고 어느덧 둘의 촬영 날짜가 잡혔다.


"내일 이었지?"

"나이먹더니 기억력도 고장났어요?"

"까칠하네. 전날 긴장하는 타입?"

"..원래 긴장안하는데"

"그런데?"


지긋하게 어느새 고정 포인트가 된 입술이 생각보다 커다란 손에 가려진다. 시선을 들자 무언가 창피한듯한 얼굴이 보였고 들리는 이유에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건 진짜 무기라고. 그걸 어떻게 삼켜."

"찾아본 영화로 보면 충분할거 같은데"

"허, 이 아저씨 좀 봐. 같은 업계면서 영화로 날 추론한다고요?"

"소문은 들었지만 글쎄,"


상체를 들어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박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는걸."


금새 표정에 짜증이 오르는 얼굴에 머리칼을 헝크려트려주며 자리를 벗어났다. 내일이었다.

#  #
침대위에 앉아 있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은 왠지모를 배덕감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순간 귓가에 스쳐가는 다른 배우들의 입에서 퍼져 나가던 브루스의 평가가 들렸다가 사라졌다.


"이렇게 커다란 침대는 또 처음이네, 스위트룸?"

"이쪽 회사에서 무리를 좀 했어. 그 브루스 웨인을 어중간한 곳에서 찍을 수 없다나"

"그게 뭐에요. 스카웃 제의?"


침대의 한 가운데에 누워 웃는 얼굴에 상의를 벗고 위에 올라탔다. 양팔 사이에 들어온 얼굴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샐쭉하게 미소를 지으며 목에 팔을 두르고 당기는 약한 힘에 응해주며 고개를 숙였고 서로의 코끝이 닿았을 때 클락은 깨달았다.


"아저씨 얼마나 잘해? 내 구멍 예뻐해줄 자신은 있어?"


다른 배우들이 왜 그렇게 브루스 웨인과의 촬영을 손꼽아 기다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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