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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숲뱃// - 본문

단편

숲뱃// -

외계인과박쥐 2017. 6. 15. 13:11
숲뱃// -



x히어로 세계관이 아닙니다.




#   #


선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모두 천국에 가는 걸까?


머리채를 잡힌채 질질 끌려가며 새까만 구두코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쓰러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사내는 생각했다.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사실 천국따위는 없는 거라고.


*


네면이 전부 새까맣게 코팅 되어 있는 가장 높은 층건물의 꼭대기.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깔끔한 양복차림의 남자들 사이로 우악스럽게 머리카락이 잡힌채 질질 끌려갔다. 도망치려고 반항해 부러진 다리가 마구잡이로 바닥에 닿았고 그 고통에 벌어진 입에서 침이 주룩 흘러내렸다. 얼굴이 뭉개지고 코뼈가 부러지고, 사람의 행세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몸이 걸레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며 사내를 이꼴로 만들게 시킨 주인의 앞으로 떨어졌다. 퉁퉁 부운 눈꺼풀을 겨우 올리자 검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한손엔 술잔을 들고 한손은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며 서늘한 눈동자로 내려다보는 중년의 남성이 보였다. 이런 곳과 너무 안어울리게 단정하고 완벽한 예술작품같은 남자의 모습에 욕지거리가 나올것만 같았지만 그 남자의 뒤로 네명의 사람이 서 있는, 그중 익히 아는 한명의 위압감에 턱을 타고 흐르는 침을 훔칠 뿐이었다. 여기까지 오게되면서 사내는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비굴해질 수 있는지 뼈져리게 알 수 있었다.


"클락 켄트. 그래. 죗값을 받으러 온 사람 치곤 너무 넝마로군?"

"ㅈ..죄값?"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의문모를 소리에 넋을 놓은 물음이 퍼지자 남자는 무표정 했던 미간을 살짝 찡그린채 손을 까딱 거렸고 뒤에 있던 네명의 남자중 한명이 다가와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한쪽 입고리가 올라다가 만족스러운 답을 들었는지 손을 저으며 일어섰다.


"그래, 그랬지. 아이를 갖자마자 도살장 하나 처분하고 그렇게 도망쳤으니 그 자식이 알리가 있나. 무척 억울 하겠군."

"무슨... 소리..야?"


고통에 둔감해진 머리가 끌려온 곳이 어딘지도 망각한채 말을 내뱉었고 무료하게 서있던 남자의 손에 새까만 지팡이 하나가 쥐어져 그대로 휘둘러졌다. 딱지가 앉아있던 눈두덩이의 상처가 다시 벌어졌고 입안이 터진듯 기침과 함께 피가 주륵 흘렀다. 정확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사내가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헤집는 구타였다. 검붉은 피가 티하나 없이 매끄러운 남자의 구두를 더렵혔다.


"데미안. 아직도 형편 없구나."

"죄송합니다."

"딕. 네 가르침이 형편없지 않다는걸 다시 증명해라."

"네."


머리에서 흐른 피덕에 흐릿한 시야로 죽일듯 노려보는 남자를 인식할 수 없음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남자는 눈치를 챘는지 구둣발로 상처가 터진 사내의 관자놀이를 꾹꾹 밟는다. 고양이 같은 몸짓이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흉폭하고 야차같다는걸 알고 있었다.


"죄..송. 쿨럭, 합니다"

"...흠, 눈치는 제법이네. 그런테 말이야. 클락 켄트. 나에게 사과 할 수 있는건 내 뒤의 자식들 뿐이야. 너같은 죄인의 자식에게 허락된게 아니지. 제이슨!"


가르쳐주지 않은채 내뱉는 죄값이니 죄인의 아들을 운운하는 남자를 황망히 올려다 보고 있을때 어느새 왔는지 남자의 뒤에 서있던 제일 키가크고 콧등까지 복면을 올리고 서있던, 새까만 가죽장갑을 낀 남자의 손이 뒷머리칼을 잡고 질질 끌었다. 눈동자만 돌려 다시 의자에 앉아 끌려가는 저를 보며 웃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것은 공포였을까, 아니면 설렘이었을까.



*


의료용 스템플러가 안 밖힌 곳이 없었다. 부러진 코는 사내의 억센손에 억지로 맞춰져 소독 솜뭉치로 코안을 가득채웠고 부러진 다리는 부목과 붕대가 감겨진채 치료가 끝났다. 너무 간단하고 성의없는 치료였지만 조취는 정확했고 이것만으로도 클락은 몸이 편해졌다.


"가..감사합니다."

"그꼴을 하고도 감사소리가 나는거냐?"


맞을 각오를 하고한 말에 답이 돌아오자 눈이 동그래지며 놀랐다. 무언가를 찾는 듯 철제서랍을 뒤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 용기를 내어 질문을 한다. 아까 만났던 남자에게 들었던, 제가 이곳에 끌려온 이유를 듣고 싶었다. 원망하고 저주할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도 이유를 알고 싶었다.


"말하면."

"...."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기운에 몸이 움츠러 들었다.눈앞의 남자도 결국엔 그 남자의 울타리에 든 사람. 처음 저를 쥐잡듯 패던 사내와 차원이 다른 공포감이 나타났다. 돌아서서 덜덜 떠는 클락을 내려다 보던 남자는 바로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을 것 처럼 으르렁 거리며 다가왔다.


"네 죄가 사라진데? 이유? 알려주지. 그 새끼들사이에서 태어난게 네 죄다."

"......"


절그럭 거리는 족쇄가 목에 채워졌다.


"아버지가 내게 주셨으니 너는 지금부터 개다."


철문이 열리고 좁은 철창마다 목줄에 매여 있는 개들의 짖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구석에 클락 또한 묶여졌다. 직감했다. 저를 죽일듯 패던 남자보다 더한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이 꼴을 저는 수긍하고 이 수많은 개들처럼 행동하고 따를 것이라는 것도.


천국이 없는 곳에 남은건 지옥 뿐이었다.


*


마피아라고 했다. 세계적인 기업 못지 않게 거대하고 시스템이 완벽한.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뉴스채널이나 찌라시, 소문조차 나지않는, 고위급 정치인이나 돈이 넘처나는 재벌이 아닌이상 선을 댈 수 없는, 세계정부보다 더한 조직이었다. 안하는 사업이 없었고 안저지르는 범죄가 없었다. 필요하다면 군사무기를 직접 재조하기도 했도 필요가 없다면 하루아침에 그것이 애초에 존재한적 없었던 것처럼 만들었다. 그중 사람을 어떻게 취급하고 어떻게 버려야하는지를 가장 잘했다.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고 쓰레기나, 물건 취급을 하면 초반에만 그렇지 그 어떤 짐승보다 순종적이게 변한다는 것을 이 조직의주인, 남자는 잘 알고 있다. 고개를 돌려 한창 고성이 오가는 아래를 내려다 봤다. 눈가면을 쓰고 철조망 안의 열기에 같이 동화된 고객들을 무료하게 바라보다 더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질적인 새파란 눈동자, 관리를 받지 못해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머리카락의 사내를 바라봤다.
클락 켄트. 남자가 제이슨에게 떠념겨 투견이 되어버린 사내의 이름이었다.

제이슨이 관리하는 건 투견장과 테러범죄 두가지였다. 한번 쓰고 버리는 테러범죄에 쓰일 줄 알았는데 저렇게 철조망아래에서 짐승처럼 투견들과의 난투극이라니, 조금 흥미가 돌았다. 시선을 돌려 제 아들들을 바라보았다. 첫째는 원채 이런 행사엔 관심이 없었으니 그저 가면속의 정치인들을 살펴보기 바빴고 셋째는 가만히 서서 핸드폰만 보는 것을 보니 또 저 투기장 시스템에 관여를 하는듯했다. 막내는 아직까지도 눈빛에 살심을 빼지 못한듯 죽일듯 투견장 안의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데미안."

"네 아버지."

"아무리 그렇게 봐도 널 저기에 내려놓지는 않을거다."

"...... 죄송합니다."

"그건 그렇고, 제이슨."

"네,"

"인간은 취급 안했잖아?"

"......"

"뭐, 제대로 키운것 같으니 넘어가마."


제이슨의 화는 정당했기에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다시 고개를 돌리자 결판이 났는지 숨을 몰아쉬며 이 쪽을 바라보는 사내가 보였다. 남자와 사내가 눈이 마주치자 사내는 활짝 웃어보인다. 미간이 꿈틀. 소파에 기대 턱을 괸 손의 검지로 볼을 문질렀다.


"경비견으로 쓸만하겠군."


*


"......"


고풍스러운 저택의 커다란 홀에 지저분한 사내가 멀뚱히 서있었다. 머리칼과 수염만 깍인채 였지 맨발이었고 상의도 없었다. 그저 뜯기고 찢겨 넝마가 된 바지만 걸쳐져 있었고 족쇄에 걸려있는 목줄은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뭘 멀뚱히 서있지."

"아, 그-."


타원형의 계단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날 이후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던 남자의 모습에 또 미소가 활짝 피어 올랐다. 그날 악몽 그 자체였던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듯한 남자의 존재감 때문이었는지 어느날 서부터 사내는 남자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았다. 투견들과 싸울때도, 철장 안에서 생활할때도 남자만 생각나면 견딜만 했고 어쩔땐 행복하기까지도 했다. 그리고 그 정말 순수한 미소에 남자는 흥미가 생겼다. 저만큼 적응하고 순응한 사내는 처음이었고 저 상황속에서도 행복해진 사내가 마음에 들었다.


"웨인이라 불러."

"이름이에요?!"

"..클락 켄트. 여기서 내이름을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는걸 인식했음 좋겠군."

"네!"

".. 씻고와. 더러운건 질색이야."


웨인은 미련없이 자리를 옮겼고 클락은 어쩔줄몰라 하며 계단을 올라도 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노년의 집사가 안내를 해주고 나서야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제이슨이 호수로 물을 뿌려줘야만 씻을 수 있었던 나날들이 몸에 베어있어 한참을 버벅 거렸다. 말끔해진 몸을 하고 나왔을때는 노년의 집사는 사라져 있어 당황했지만 시야가득 소파에 앉아있는 웨인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다가가자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에 움찔.  훈련이 잘된 경비견처럼 그자리에 우뚝 섰다.


"제이슨이 정말 대단하긴 하지. 이렇게 까지 길들여 논걸 보면."


그리고는 턱짓으로 옷가지를 가리켰다. 주섬주섬 바지를 입고 셔츠에 팔을 넣고선 큰 손가락으로 작은 단추를 채우려 노력했다. 부러지고 빠진 손톱을 한 손은 자꾸 헌손질만 하게 만들었다. 마음만 초조해져 얼굴이 찡그려지고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대기 시작하자 결국 웨인이 느긋하게 일어나 클락의 손을 치우고선 고운 손으로 단추를 하나하나 채웠다.


"고마워요. 웨인."

"앞으로는 다치는 일도 없어야 할거다. 이제너는 내 아들 것이 아닌 내 것이니까. 나는 내 것에 상처가나는 건 용서 못해."

"알겠어요. 안다칠게요."


목 바로 아래의 단추는 채우지 않고 손을 올려 녹이 슨 족쇄를 풀었다. 생채기가 나고 독이 올라 울긋불긋한, 목 부위만 새하얀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허전해져 어색한지 클락의 손이 올라와 제 목을 만진다. 하지만 웨인은 당연하게도 그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웨인의 부드럽고 커다란 손이 클락의 머리채를 잡아 내렸다.


"클락 켄트. 누가 내것을 만져도 된다고 했지?"

"죄송.. 아니, 안만질게요. 버리지 말아주세요."


오래전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듯 사과대신 매달리는 클락에 미소가 지어진다. 손수 상처에 약을 바르고 새하얀 붕대로 목을 감싸준 후 소파에 앉자 웨인을 따라 오더니 냉큼 발치에 앉아 안절부절 못하는 꼴이 우스웠다. 아직 물기가 떨어지는 머리칼을 쓸어주다 집사가 가져다준 새까만 가죽의 목걸이를 손에 들었다. 새까만 목걸이에 달린 붉은 기다란끈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에 클락의 표정은 눈에 띄게 환해졌고 웨인은 그런 표정의 클락이 볼만했다.


"이제 정말 웨인의 것이 되는 건가요?"

"그게 좋다면."


남자의 발밑에 앉아 목에 채워진 새로운 족쇄에 만족해하며 만지작 거리는 사내를 바라봤다. 정신이 무너진 사람을 소유하는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시시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지옥속에서, 사내는 천국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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