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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숲뱃// 7살과 12살 본문

단편

숲뱃// 7살과 12살

외계인과박쥐 2017. 5. 22. 15:58


By.이름은 비워둘 수 없습니다.



12살의 하루는 꽤 바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고. 알프레드가 가져다주는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에는 갈 수 없음으로 (알프레드는 학교를 권했지만 브루스가 거절했다.) 가정교사를 불러 대학생들도 힘겨워하는 공부를 오전내내 받고 12시30분이 되면 점심을 챙긴다. 요리는 솜씨 좋은 알프레드가 맡아서 하고 있었지만 주로 브루스가 싫어하는 재료들 뿐이라 입술은 매일매일 삐죽 튀어나와 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면 5시까지 기업일이 시작되었다. 업무를 배우고, 작은 회사(웨인기업에 작은 계열 회사는 없지만)의 결제를 하며 시간을 보내면 다시 알프레드의 특식을 빙자한 건강식이 나왔고 6시 부터는 브루스의 개인 시간이었다. 물론 공식적일 뿐인 개인시간이었고 브루스는 어린 재벌으로써 위급 상황(납치)에 대처할 수 있는 호신술이나 언론매체들의 공격적인 인터뷰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언변등을 배워 나갔다. 이런 하루 일과를 휴일없이 매일매일 반복하는 일정에 한달에 한번씩, 매주 셋째주 토요일에만 진짜 개인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어린 브루스는 내켜하지 않았지만 그 무서운 알프레드의 권유, 혹은 협박(쉬지 않으면 삼시세끼 콩요리를 할거라는)에 현재 브루스는 고담의 번화가에 나와 있었다.

"......"

자신의 도시였지만 8살이후 단한번도 나가지 않은 번화가인지라 지리도 몰라 여행객들이나 들고 다니는 관광지도를(지도는 나오기 전에 살펴본지라 극장이란 극장 주변엔 전부 X자를 그려두었다.) 손에 쥐고 있었다. 누가 알아볼새라 깊게 눌러쓴 모자를 다시한번 꼭꼭 제머리에 누르며 다시 지도를 바닥에 펼쳤다. 새빨갛게 그어놓은 곳들은 의식적으로 피하며 살펴보며 오늘의 목적지를 정했다. 시청 옆에 있는 박물관이었다. 몇번이고 지도를 살펴 몇블록에서 어디로 꺽고 횡단보도를 몇개 건너야 하는지를 확인 한 후에야 작은 손으로 지도를 접어 알프레드가 메어준 크로스백에 넣었다. 버스로 2정거장의 거리를 가야 했지만 시간을 축내야 하는 브루스로써는 도보가 좋았다. 제법 시간을 들여 도착한 박물관의 모습에 코가 찡그려졌다. 생각보다 큰 건물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렇게 큰걸 알았으면 버스타고 올걸.
속으로 투덜 거리며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입장료를 내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세계의 보물전이라고 쓰여있는 현수막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일단 현수막에 프린팅 된 보물중에 제 저택에 장식되어 있는 왕관이 보였기 때문이다.
-음? 오늘 나올때도 집에 있었는데...
아직 박물관에는 진품만 올라간다고 믿고있는 아이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 제 손을 잡아오는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응?"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고개를 내리고 나서야 감촉의 주인공이 보였다. 새까만 곱슬거리는 머리칼에 블루사파이어처럼 새파란 눈동자, 조금 통통해 보이는 볼살을 가진 남자아이가 있었다. 목에 걸린 이름표를 보아하니 아주 멀리서 놀러온 관광객이었다.

"왜?"
"형아, 화장실은 어디에 있어?"

아이의 질문에 고개를 올려 두리번 거렸지만 안내원은 없었다. 자기 소개도, 왜 손을 잡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저같은 줄 아는 브루스는 아이의 손을 마주잡고 박물관 안의 화장실로 걸어갔다. 아이가 볼일을 보겠다며 제게 건내는 가방(강아지 모양의 백팩)을 들어주고 세면대에 까치발을 들어도 물이 나오지 않아 뒤에서 안아 손을 씻을 수 있게 해주고선 아무렇게나 손을 휘두르며 물기를 터는 걸 잡아 핸드타올을 뽑아 손도 닦아줬다.

"고마워 형아."
"흠, 이제 어디 갈거야?"
"왕자님 모자 보러 갈거야!"
"? 왕자님 모자?"

아이의 의문모를 모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이는 답답했는지 브루스의 손을 다시 잡고 홀로 나갔다.

"저거!"

아이가 가리킨 방향에는 아까 의구심을 품었던 제 집에 있는 왕관이 보였다. 고개를 내리자 저 모자를 써보고 싶다고, 자기가 쓰면 멋질거라고 종알거리는 아이가 있었고 브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알이 밖혀있는 루비의 색이 아이의 눈동자와 잘 어울릴것 같았다.

"응. 잘어울리거 같아. 클락."
"어? 형아 내 이름 알아?"
"여기에 쓰여 있잖아. 클락 켄트라고."
"우와우와, 나는 이거 못읽었어. 너무 꾸불꾸불해서."
"아직 필기체는 못읽어?"
"지렁이 같아."
"맞아. 그런 글씨는 읽기 어렵지."

아이, 아니. 클락의 표현에 브루스는 동의를 표했다. 제게 올라오는 보고서 중에는 필기체중에서도 악필로 올라오는 보고서도 수두룩했으니까. 돌아가면 알프레드에게 이제부터 자필 보고서에는 정자체로 쓰게 공표하라고 말해야지 하면서 클락의 손을 잡았다. 무의식중에 잡은 손이었지만 클락은 자연스럽게 깍지도 꼈고 손을 달랑달랑 흔들며 저번주에 유치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봐 100점을 맞았다는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브루스는 순수하게 크런 클락을 잘했다며 칭찬해 주며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둘의 모습에 어른들은 그저 똑똑한 형이 동생을 데리고 박물관에 놀러온것으로 인식해버린 계기가 되어버렸고 그때문에 아무도 클락이 박물관 미아란 사실을 인지하지못했다.

"와! 브루스 형아! 왕자님 모자야!"
"왕관."
"응, 왕관! 반짝반짝하다~"
"....음-"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왕관을 보며 둘은 서로 상반되는 감상을 하고 있었다. 클락은 연신 멋지다와 예쁘다를 외치고 있었고 브루스는 제 집에 있는 왕관이 왜 저렇게 생겼는지 의아해 하고 있었다. 클락의 말처럼 예쁘다는 말에는 동의 했지만 장식된 보석의 수도 달랐고 무엇보다 왕관의 자랑이라고 할만한 가운데의 커다란 루비는 가짜였다.

"실례합니다."
"네 꼬마도련님. 어떤게 궁금한가요?"

결국 브루스는 근처에 있는 안내요원을 조심히 불렀다. 브루스의 시선을 맞추느라 상체를 숙이는 안내요원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며 브루스는 다른사람들은 들을 수 없게, 그리고 심각하게 사실을 전달했다.

"저거 가짜에요. 경찰에 신고해야해요."
"헉! 형아 저 왕관 가짜야?"
"응. 모양도 진짜랑 달라. 도둑이 가짜랑 바꿔치기 했나봐요. 어서 신고해야 되요."

브루스는 알프레드에게도 알려야 겠다 생각하며 심각해져있었고 클락은 경찰은 112를 눌러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둘이 나름대로 심각해져 있어서 안내요원이 피실피실 웃고 있는 모습을 못봤다. 결국 안내요원에게 저 왕관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브루스 웨인의 저택에 있다고 설명을 듣고 나서야 도난당해 바꿔치기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받았다.
클락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 걸 뿌듯해 했지만 브루스는 모든 알고 있어야 했기에 지금 이 사실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가면 일반 상식을 모조리 제 머릿속에 외우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아, 브루스 형아!"
"응?"

클락의 외침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이다 고개를 숙였다.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마주하자 클락의 목소리도 못듣고 상식하나 모른다며 제 바보같음을 속으로 욕하던 생각이 쏙 들어갔다.

"형아 이름이 브루스 웨인 이었지?"
"응."
"아까 그 왕관은 브루스 웨인 거고."
"그렇지."
"형아꺼네?"
"응. 내거야. 집에 있어."
"우와아아- 나 보러갈래!"
"우리집에?"
"응! 형아거 볼래! 저건 가짜구, 써보지도 못하잖아. 형아꺼는 써볼 수 있지?"

그러고 보니 클락은 저 왕관을 써보겠다며 찾아다니고 있었음을 상기하며 브루스는 잠시 생각을 했다.
클락한테는 엄청클텐데....
저한테도 컸던 왕관을 떠올렸지만 이내 브루스의 팔을 잡고 늘어지는 클락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나서 방방뛰는 클락을 보며 다시 지도를 꺼내 바닥에 펼쳐 박물관에서 저택으로 가는 교통수단을 살펴보았다. 지도를 한참 들여다 보며 가는 길을 익히느라 클락을 찾는 방송을 브루스는 듣지 못했고 브루스의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아 구경하다가 브루스가 사준 초콜렛을 먹는 클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미아가 무엇인지 모르는 브루스와 제가 미아인걸 인지하지 못한 클락덕분에 결국 부부가 속을 태우던 말던 둘은 손을 꼭 잡고선 버스에 올라타 박물관에서 사라졌다.

"헤에에에- 궁전이야 궁전."
"아냐 클락. 궁전은 이것보다 커. 이건 저택이라고 하는거야."
"저택?"
"응. 궁전은 이것보다 더 크고 탑도 많아."
"그렇구나-"

알프레드가 자리를 비웠는지 저택 입구의 철제문을 스스로 열고 정원의 길을 따라 걸었다. 총총 뛰듯 이리저리 구경하며 쫒아오는 클락에게 저택과 궁전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넘어지지 말라 주의를 주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형아- 나 배고파."
"음, 알프레드가 없어서 밥은 못주는데... 음. 과자 먹을래?"
"응! 먹을래!"

주방에 들어가 난장판을 만들듯 뒤져 초코쿠키와 우유를 찾아내 브루스의 방으로 올라가 상자에 한가득 든 쿠키를 다 먹어치웠고 클락의 목적이었던 왕관을 꺼내주었지만 막상 왕관을 손에든 클락은 제 머리보다 커서 못쓴다며 관심을 꺼버렸다. 결국 왕관은 두 아이의 손에 버려져 저택 2층 복도 바닥을 굴렀고 2층 전체는 말릴줄 모르는 브루스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하는 클락의 손에 의해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클락, 또 날아봐."

아까 쿠키를 찾느라 둥둥 떠서 높은 찬장을 뒤지던 클락이 생각나 브루스가 말했다. 브루스의 부탁아닌 부탁에 클락은 브루스의 눈높이 만큼 둥둥 떴고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흠,"
"엄청나지? 이거 나만 되는 거야."
"응. 신기해. 그런데 왜 아까 박물관에서는 안날았어? 아까 동상 얼굴 잘 안보인다고 했었잖아. 날았으면 봤을텐데."
"모르고 안친한 사람 앞에서는 안날기로 약속했거든."
"나도 날았으면 좋겠는데."

브루스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클락이 브루스의 뒤로 날아섰다.

"형아 손!"
"응?"
"내 손 잡고, 응?"
"??"

재촉하는 클락에 한손을 올리자 클락이 그 손을 양손으로 움켜잡고는 좀 더 높이 날아 올랐다.

"안무거워?"
"형아 우리농장 말보다 가벼워!"
"말?"

브루스의 되물음으로 시작된 클락 농가의 동물친구들 소개가 시작되었고 저택 홀의 상들리에 주변을 빙빙 돌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알프레드의 경악에 찬 얼굴을 마주하며 브루스의 휴일이 막을 내렸다. 난장판이 된 주방에 대해, 세계문화유산을 저택 복도에 굴린것에 대해, 침실을 어지럽힌 쿠키가루에 대해서 장시간의 잔소리를 둘이 들어야 했고(브루스는 무표정했지만 입술이 삐죽이고 있었고 클락은 잘못했다면서 엉엉 울었다.) 알프레드의 연락으로 박물관에서 날듯이 찾아온 부부를 마지막으로 브루스는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제 옆에 누운, 달빛에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를 마주 봤다.

"클락, 부모님이랑 안자?"
"형아랑 자는게 더 좋아."
"? 오늘 처음인데 어떻게 알아?"
"형아가 오늘 초콜릿이랑 아이스크림도 사줬고- 쿠키랑 우유도 줬고- 손도 잡아줬으니까!"
"흐음... 그거면 아는거야?"
"응. 엄청엄청 좋아."

방긋 웃는 얼굴에 브루스가 마주 웃었고 둘은 한동안 재잘재잘 떠들다 잠이 들었다.


+


"......"

부스스 눈이 떠졌다. 창가에는 이미 중천에 떠오른 해가 브루스의 시야를 괴롭히고 있었고 고개를 돌리니 파란 파자마가 시야에 들어왔다. 멍하니 눈만 깜빡이고 있는 브루스의 이마에 약간 건조한 입술이 닿았다 떨어진다.

"좋은아침 브루스."
".....클락?"

손을 올려 이마를 문지르며 이름을 부르자 클락이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주며 브루스를 당겨안았다.

"아직 잠이 덜깼어? 이제 슬슬 일어나지 않으면 알프레드가 콩스프를 내올거야."
".... 왜 형이라고 안불러?"
"응?"
"예전엔 잘도 형아형아 거렸잖아."
"뭐야, 우리 어렸을때 꿈꿨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제 입술에 입맞춤하는 클락의 얼굴을 밀어내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 브루스를 보며 웃는 클락을 뒤로하고 사라진 브루스가 이내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고 그 무언가를 본 클락이 푸스스 웃었다. 브루스는 클락을 향해 성의없이 던졌지만 클락은 제법 애지중지 받아들였다.

"알프레드한테 혼나."
"써보기나 해."
"잘 어울려?"
".....역시"
"응?"
"그 루비랑 잘 어울릴거 같았어."

이제는 정말 클락의 것이라고 믿어도 될만큼 왕관은 잘 어울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가자 클락의 손이 브루스의 양팔을 잡아 품으로 당겨 안았다. 거부감 없이 안겨오는 브루스에 쪽쪽 입을 맞춘다.

"브루스 형."
"....그건 못들은걸로 해야겠어. 징그러워."
"좋아하던 호칭이었잖아."
"다큰 덩치에게 듣는건 싫어."
"너무해 브루스."
"시끄러"

맨 어깨에 입술을 묻으며 투덜 거리는 클락의 머리를 밀며 브루스가 피식 웃었다.



그날 엄청엄청 좋다는 클락의 말에 한 대답은,

"나도 좋아."


//
음... 어린아이의 하루는 어렸던 적이 너무 까마득해서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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