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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손목염좌님 리퀘//숲뱃//영원의 열락.中 본문

리퀘

손목염좌님 리퀘//숲뱃//영원의 열락.中

외계인과박쥐 2017. 6. 2. 23:46



By.이름은 비워둘 수 없습니다.




페리나 로이스, 지미. 어머니가 연락할때 빼고 신경도 쓰지 않던 핸드폰을 요즘 클락은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일을 하다가도 작은 진동에도 화들짝 놀라 그 작은 화면에 코를 박았고 몇번 손을 꼼지락 거리다 흐뭇하게 웃고 다시 일을 하고, 직장동료들이 보았을땐 영락없이 따끈따끈한 연애를 시작한 남자의 모습이였다.


"외근 다녀오겠습니다. 거기서 바로 퇴근할게요!"


부산스럽게 서류를 챙기더니 그 큰몸을 날렵하게 움직여 사무실을 나갔다.


"이 녀석 또 어디갔어!!!"


동료직원들은 각자의 모니터에 고개를 박으며 다시 생각했다. 클락은 지금 언제 생명줄이 짤릴지도 모르는 불같은 연애를 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런 동료들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하는 클락은 제 서류가방이 동앗줄이 되는 양 품에 꼭 안고 그 큰 리무진 안에 몸을 잔뜩 웅크린채 타고 있었다.  신나게 달려 나간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일차적으로 제가 생각한 그는 없었고 제가 제일 무서워 하는 이만 운전대를 잡고 있어서 더 그랬다.


"저... 브루스..는요?"


심호흡을 한 채 겨우겨우 물었지만 이미 클락이든 슈퍼맨이든 그의 머리꼭대기에 올라서 있는 그의 집사, 알프레드 페니워스는 룸미러로 그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시선만으로 클락의 입을 꾹 다물게 했다.
요즘 클락의 고민이었다. 어떻게 해야 저 집사님의 경계를 풀 수 있을지,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었지만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강하게 부정했다. 겨우 친해진 브루스와 만나지 않으면 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강제로 얌전히 있던 클락이 늘 저택으로 가는 길에 보던 풍경이 아닌 새로운 풍경이 차창 밖으로 보이자 결국 참지못하고 다시 입을 열렸다. 불안감이 떠오른 탓이다.


"...어, 페니워스씨..? 어디로-"

"크립토나이트 콘크리트로 매장하러 가는게 아니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네."


클락은 진심으로 제 심장이 쪼그라듬을 느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커다란 호수 였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덩그러니 있는 작은 집? 별장? 브루스의 소유라는 것이 확실하다는 듯 새까만 암막 커튼이 창이란 창은 다 가리고 있었다.


"집 벽면을 통째로 유리창으로 만들어 놓고도 암막커튼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브루스 취향은 이상한거 같아요. 윽!"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사님은 어디서 난지 모를 초록 막대기로 클락의 팔뚝을 때렸다. 그저 감상만으로 맞은 거라 억울 할만도 했지만 수시로 브루스를 향한 제 마음을 말했을 때마다 맞아와서 그런지 그저 입술을 삐죽일뿐 항의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집사가 그동안 쌓아왔던 불신이 조금 풀렸다. 이만큼이나 경비견을 훈련시키듯 제 주인을 위해 말투며 행동,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것까지 순순히 바뀌어준 이 인간인 척하는 외계인이 드디어 마음에 든것이다. 주인의 짝으로.
그런 집사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곳에 도착한 후 별장안에 있는 브루스를 지켜보느라 바쁜 클락은 차 안에서 간절히 바라던 소원하나가 이루워진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들어가 보시죠. 주인님이 기다리십니다."

길도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냐고 질문한 클락에 결국 집사님은 멍청해져서 이젠 날 줄 모르게 됐냐고 아니면 헤엄이라도 쳐서 가면 되지 않냐며 조곤조곤 헐뜯는 비판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클락은 하늘을 나는대신 물가에 고개만 내민채 호숫가를 헤엄쳐서 건넜다. 팔짱을 끼고 도착할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집사는 내일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차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클락은 다음부터는 집사님 앞에서는 좀 더 빠릿하게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하며 쫄닥 젖은채로 문을 두드렸다.


"클락? 왜 이리 젖었어?"

"아... 헤엄쳐서 왔어.."

"? 일단 들어와. 안개가 옅네."


브루스가 하늘을 불안하게 바라보다 서둘러 클락을 집안으로 초대한다. 그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 것도 잠시, 욕실을 안내받아 씻고 나오고서 은은한 조명으로 가득한 별장 내부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커튼이 빼곡히 쳐져 있지만 그 커튼과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어울리는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며 엑스레이비젼으로 브루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바쁜데 부른거야? 쉬는 날 부르지."

"오늘 쉬는 날이야. 이건 얼마전에 난 방화테러로 피해입은 고아원 재건 리스트 플랜이고."


클락도 슈퍼맨도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슈퍼맨이 제일 먼저 날아가 아이들을 구해냈고  테러조직을 잡아 감옥에 가두었으며 클락켄트가 빠르고 세심하게 기사를 쓴. 저는 슈퍼맨이니 상관없지만 브루스가 걱정이었다. 너무 편집증처럼 불우이웃을 못도와 안달이 난 사람처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말이다. 저번에는 결국 합병증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숨을 거둔 아이의 죽음에 몸을 덜덜 떨어가며 슬퍼했던 브루스가 생각났다. 클락도 슬프기는 했지만 브루스는 마치 제 가족이 죽음은 것처럼 슬퍼하는 여린마음을.
그때문에라도 브루스의 곁을 더 못떠나고 주위를 맴도는 거라고 클락은 생각했다.


"참, 클락. 배고프지 않아? 점심도 못먹고 왔을거 아니야."

"괜찮아. 페니워스씨가 차안에서 샌드위치 줬어."

"...그럼 내가 간단한 간식거리를 가져올게."


거절할 새도 없이 사라지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퍼져나왔다. 차갑기만할 것 같던 브루스 웨인은 사실 이렇게 마음이 여리고 사랑을 배풀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에. 그리고,


"미안, 접시랑 쟁반을 못찾았어."


품에 사과와 칼만 들고 나타난 어리숙한 모습에. 역시 부잣집 주인이라 기초적인 생활력이 브루스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사과를 깎겠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손님에게 이런걸 시킬 수 없다며 삐뚤빼뚤 사과를 깎는 브루스 였다. 다칠새라 손에 시선을 떼지 못하자 집중 안돼니 그만 보라고 핀잔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안보고도 볼 수 있는 클락이라 선뜻 알겠다고 대답하고선 응접실 구경 하겠다며 일어섰다.


"그런데 브루스. 별장은 다 통유리 인데 왜 커튼을 쳤어? 그것도 암막으로. 아깝잖아."

아무생각없이 커튼 자락을 만지작 거리다 고개를 돌렸고 그 움직임에 안개속에서도 은은히 내리쬐던 햇살이 브루스를 비췄다.

흑진주처럼 까맣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에메랄드 바닷빛처럼 하늘 빛으로 바뀌는 모습이 클락의 눈동자와 마주쳤고 햇빛에 놀라 칼을 잘못놀려 베인 손가락에서 이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붉은향이 톡, 떨어졌다. 수많은 전쟁에서도 굳건했던 흡혈욕이 클락의 그 붉은향 한방울에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클락의 눈동자도 점점 깊은 바다의 푸른색이 아닌 태양과도 같은 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클락의 몸이 살짝 떠올랐고 천천히 브루스에게 다가갔다.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심장박동이 제 가슴속에서, 그리고 브루스의 가슴속에서 요동쳤다.


"..브루스."

"...클...락."

클락의 손바닥이 볼에 닿았을 뿐인데도 달뜬 숨을 몰아쉬는 브루스였고 그 모습을 가만히 보며 피를 흘리는 손을 들어 혀를 내어 클락이 손가락을 핥았다. 단한번도 맛본적 없던 달콤함이 입안에 퍼졌다. 크립토인을 현혹 시킬 수 있는 마약성분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클락은 이를 내어 손가락에 상처를 더 깊이 내 한껏 빨아 마셨다.


"..읏,"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브루스의 고개가 클락의 손바닥을 부볐다. 알수없는 깊은 마음속에서 본성이, 성욕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