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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은고님 리퀘//숲뱃//사랑을 받아주세요 본문

리퀘

은고님 리퀘//숲뱃//사랑을 받아주세요

외계인과박쥐 2017. 6. 7. 23:30




By.이름은 비워둘 수 없습니다.






클락은 자신의 연애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비록 작은 시골마을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받으며 사랑이 무엇인지 클락보다 잘 아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도시로 독립을 하고 히어로 활동을하며 제 운명을 만난 후 클락은 절실하게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지구에서 가장 특이하고 예민하고 앞뒤가 꽉막힌, 불통의 아이콘인 사람인것을 콩깍지 하나로 인정하지 못한 비운의 외계인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저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잘못되어 있다고.

손톱을 잘근잘근 물며 다리를 사정없이 떨어대는 바람에 주위산만으로 회사 동료들에게 지적과 걱정을 한몸에 받았지만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조금만 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면 제 무릎에서 빛이 날지도 몰랐다. -그럼 브루스 부를까? 저번에 궁금해 하던데...- 생각이 자꾸 한곳에 집중도 되지않아 클락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로 이 층 회사 동료들에게 제가 슈퍼맨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할것만 같아서 조퇴를 말하며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동료들의 진심어린 걱정에 없던 병도 생길것 같은 클락이었다. 생긴다면 아마 병명은 연애고자병? 한없이 우울했다.

클락은 그리 멀지는 않지만 지하철로 세정거장을 가야 하는 집을향해 걸었다. 난공불락 브루스의 마음을 제가 가질 수 있을 방법을 걷는동안 생각해 보려고 하였지만 이미 879번이나 차인 클락의 머릿속에는 더이상 좋은 고백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워낙 마음을 감추는 그였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순순히 물러났지만 거절의 횟수는 점점 늘어났고 점점 방법이 없어져 초조해지는 클락과는 다르게 브루스는 태평한 얼굴로 제 모든 고백을 반박하며 거절했다.

-아니, 거절이었나?-

결국 클락은 집앞까지 걸어와 놓고도 골몰에 들어가 몸을 띄워 와치타워로 향했다. 브루스와 저의 시크릿아이덴티티를 알고 있으면서 사랑에대해 그 누구보다 현명한 아마존의 전사가 있기를 바라며. 이제 스스로 해결을 못하겠다는 생각에 타인을 끌어들이기로 한 클락이다.


"879번이나 차였다고?"

"응. 다이애나, 뭔가 방법이 없을까?"


아마존의 전사, 다이애나는 한없이 몸을 구긴채 앉아 있는 어린친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고민상담이 안쓰럽기도하고 미련해보이기도 했고 저만큼이나 수없이 한 고백에 지치지도 않고 매몰차게 거절했다던 다른 친구도 진절머리가 났다.

고민상담을 하면서 클락이 한 고백과 브루스의 철벽을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


//


"브루스, 자네를 사-"

"내가 활동중에는 이름 부르지 말랬지 슈퍼맨."


브루스의 으르렁 거림에 고백도 못하고 배트맨이라고 익숙하게 부를때까지 쫒겨나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배트맨. 나는 자네를 위해서 라면 저하늘의 별도 따줄수 있네. 나와 교-"

"클락, 별은 은하에 있는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만들어진 기체물질이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이 성간물질은 응축되고 압축되어 별을 형성하는거지. 딸 수 없는 물질이야. 자네가 아무리 용을써 가져온다고해도 지구에 도착하면 별이 폭발하던 지구가 폭발하던 둘중하나지."

"응...그렇겠네."

팩트폭격에 비실비실 거리기도 수없이 지났고 나중에 가서는,


"하늘에서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면 자네의 눈동자가 눈동자가 떠오르네, 아무래도 나는 자네를-"

"바다가 푸르게 보이는 것은 바로 햇빛의 산란때문이다. 햇빛은 아무색이 없이 투명한 것 같지만 사실 무지개의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이 모두 가지고 있지. 이런 일곱 빛깔들이 공기나 물 알갱이와 부딫치면 특히 파랑, 남색, 보라는 충돌하고 반사하고 흩어지게 되어서 푸르게 보이는 거지.
내 눈동자는 멜라닌을 만드는 세포가 적어서 연한 하늘 빛을 띄는거고. 둘은 다른 원리야. 나는 특이케이스로 눈동자에만 적용되지. 그러니 나랑 바다를 같은 원리로 보지말아."


등등등. 등등등.


//


"고백 방법이 잘못 된걸까?"


모든 사건의 전말을 들은 원더우먼, 다이애나는 골머리가 썩었다. 클락은 제 감정에 솔직했고 표현에도 머뭇거림이 없었고 방법이 틀리지도 않았다. 다만 사랑을 받는 상대방이 철두철미하고 괴팍한, 알 수 없는 속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 순박한 히어로는 여직 자신이 배트맨에게 온전한 사랑고백을 하고 차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단한번도 사랑한다는 소리도, 사귀어달라는 소리도 꺼내지 못한채라는 건 모를테지. 다이애나는 고개를 돌려 지구를 바라봤다. 슈퍼맨처럼 정확하게 찾아내 볼 수 없었지만 고담이 있을 법한 쪽을 노려봤다. 징글징글한 녀석.


"클락. 잘들어. 브루스는 미사구어를 분석하려는 경향이 있어. 네가 모를까봐 친절하게 풀어주는 거야."


사실은 친절을 가장한 비꼼이었겠지만 클락이 그걸 알리 없없고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다이애나의 말에 활짝 웃는 클락을 보고 평생의 비밀이라 여기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지? 브루스는 상냥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브루스한테는 정면돌파가  답이야."

"정면돌파?"

"그래. 그냥 보자마자 '사랑해. 나랑 사귀자.' 이게 정답이라는 거지. 걔는... 그래, 낮간지러운 소리 싫어하고 단도직입적인걸 좋아하니까."

"! 역시 자네에게 상담하길 잘한거 같아. 지금 가볼게."

"응. 성공하길 바래."


둥둥떠서 황급히 와치타워를 벗어나는 빨간 망토를 보다 이마를 꾹꾹 눌렀다. 보나마나 또 거절 당할텐데.
마음같아서는 포기하라고 따끔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슈퍼맨이었고 그는 배트맨과 꼭 닮은 고집불통 히어로였다.


"좀 받아주면 덧나나. 저런 지고지순도 어디 없을텐데."

"받아주면 더 귀찮아 질테니까."

"...? 여기 있었어? 클락은 모르던데?"


고개를 돌리자 배트맨 코스튬이 아닌 정장을 입은 채인 브루스가 뚱한 얼굴로 나오고 있었다.


"실험중이야. 성공한 것 같군."

"...이젠 아예 슈퍼맨 감각에서 벗어나려고?"

"임무중에도 쓸데없이 내 심장소리를 확인 하니까."


의자에 앉아 지구를 내려다보는 브루스를 지긋이 쳐다봤다.


"싫지 않구나?"

"잘생겼잖나."

"얼굴만?"

"몸도. 물론 마음도."

"그럼 좀 받아주지. 사랑 소리조차 못꺼내게 하는건 너무했어."

"재미 있잖나. 귀엽고."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이만 가보겠다고 일어서는 브루스를 보며 다이애나가 생각했다.

그래, 천생연분이라는 거겠지. 이래선 한쪽이 너무 고달프겠지만.

제발 더이상 둘의 연애사업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다이애나였다.


×


"브루스!! 배트맨 어디있나!! 제발 나와줘!"

슈퍼맨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린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