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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포세이돈님 리퀘// 할뱃// 평범한 일상 본문

리퀘

포세이돈님 리퀘// 할뱃// 평범한 일상

외계인과박쥐 2017. 5. 13. 20:50
 
By.이름은 비워둘 수 없습니다.

 

[미녀들과 쿠루즈 여행을 떠난 브루스 웨인!] 할은 신문 1면에 난 기사 제목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핀다. 평소에도, 우주에 다녀온 후에도 변함없는 기사였지만 마음에 안드는 것은 여전했다. 낡은 소파에 앉으며 할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가십지에 물마시듯 올라가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있음을 증명하는 행보가 속을 북북 긁어댔다.

사귄지 2년이나 되었지만 둘바 바쁜 직업의 특성상 /우주경찰과 그 대기업 회장님/ 단둘만 만나 데이트 한날은 손에 꼽았기에 늘 풋풋하고 활화산 처럼 뜨거워 예전에는 그럴 수도있지 하던 스캔들이 지금은 꼴도 보기 싫고 울화가 치밀고 있었다. 할의 연인인 브루스도 알고 있고 사귀고 난 후부터는 모르는 여자, 남자와의 스킨쉽도 뚝 끊겼지만 카사노바 연기를 멈추자 그게 오히려 역효과 처럼 사람들이 더 몰려들었다. 파파라치 사진을 보면 브루스가 먼저 손이 나가는 사진이 아닌 상대방이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손길의 사진이 수두룩했다. 저도 별로 많이 만지지 못한 몸을 만지고 더듬는 손에도 꿈쩍하지 않는 그에 안심이 되면서도 불안했다. 저는 항상 브루스를 사랑하고 그 크기를 키우고 있지만 브루스는? 저렇게 열렬히 사랑고백을 받고 있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제가 이번에 임무로 우주로 갔다오는동안에 저에대한 사랑이 식어 이별을 고하지 않을까?

"....제길"

브루스를 믿는것과 별개로 제 마음에서 크기를 키우는 불안감에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이 불안감때문에 연인에게 꽁해져서 가지도 못하고 제 집에 틀어박혀 있는 꼴이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지의 그린랜턴이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결국 모처럼 지구에 돌아와 궁상을 떨바에 일이나 하자 생각하며 캐럴에게 연락을 넣었다. 지구에 몇 안돼는 좋은 친구였다. 이렇게 불쑥 전화해도 불평하지 않고 제 부탁을 들어주는.

-세상에, 할? 이게 얼마만이야?
"이번 임무는 좀 오래 걸리긴 했지. 잘 지냈어?"
-여기야 비행기 사고만 안나면 평화롭지. 와, 정말 너무 오래 걸렸네. 세달만인가?
"...그렇게나였나? 날짜 관리가 안돼니 영 감이 안잡히네."
-언제 지구에 온거야? 잘 쉬고?

쉬는 시간이었는지 쉴새없이 떠드는 목소리에 난처해 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끊었다. 예전이었다면 맞장구를 쳐주며 실컷 떠뜰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캐럴, 미안한데 나 스케쥴 하나만 잡아줄래?"
-비행 스케쥴? 기간은?
"오래는 못하니까 2박으로 한번."
-2박3일? 아, 그래 바로 배정해줄게.
"있나봐?"
-당연하지. 스케쥴메일로 보내줄게. 출발은 이틀 후야.
"고마워 캐럴"

전화를 끊고 베란다로 나갔다. 바다가 잘 보이는 뷰의 제 아파트. 탁트인 전경이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같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누군가를 떠올려 말짱 도루묵이 되는것 같기도 하고.

"아, 나 진짜 찌질하네."

그 누구보다 강직하고 고집쟁이인 성정을 알고, 제 사람에게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주는 연인을 믿지 못하다니, 한숨만 흘러나왔다.

×

소형여객기를 타고 입력해 놓은 좌표의 섬으로 이동하면서 할은 브루스 생각을 했다. 정확하게는 반년전 대판 싸운 날을 말이다. 그때에는 애인인 제가 지구에 머물고 있음에도 미녀들을 옆구리에 끼고 전용기를 타 훌쩍 밀회를 즐기러 가는 모습에 속이 뒤틀려서, 게다가 조종사로 무려 저를 지목해 조종까지 맡기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 정말 있는 의지, 없는 의지를 끌어다 버티다 여자들의 외침으로 시작된 경비행기 경주에서 그만 참지 못했다. 둘다 워낙 실력이 출중했고 그리고 그래도 브루스웨인의 플레이보이 설정에 미담이라도 더해주려고 속력을 내지 않았더니 오히려 제 옆에 바짝 비행기를 붙여오며 통신으로 속을 북북 긁어대어서, /파일럿치곤 허접하군./ 결국 그때 툭하고 끊기는 이성에 두 비행기가 부딪히며 브루스의 경비행기가 불시착해 버렸다. 그린랜턴과 배트맨이었으니 안전불감증에 걸린것마냥 저지른 제 행동에, 플레이보이 연기덕에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모습에 굳어있는 사이 브루스가 데려온 아가씨들에게서 한소리, 그리고 작게 들리는 연인의 한숨소리. 그 한숨소리에 결국 연인을 옆에 세워두고 이짓거리를 하는 네놈의 속내를 모르겠다고 오히려 화를 내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철부지 소년같은 제 모습을.
 
"...."

이 상황덕에 요즘 늘은건 한숨 뿐이었다. 그 후 브루스를 피해 도망치듯 오아로 가버렸고 지구에 어영부영 와서도 제 도착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제가 저지른 행동도 있고 텔레비젼 속의 브루스 웨인은 늘 한결 같아서, 그리고 그 모습속에 제자리가 사라진것만 같아서. 그때 제가 낸 화를 브루스가 우리둘의 사이를 끝으로 생각할것 만 같아서.
브루스 생각을 좀 안해보려고 해놓고도 멈출수가 없었다.

덕분에 제가 모셔가야 할 인물이 누구인지 몰랐다.

"......"
"언제 지구에 왔지?"

외딴 섬에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저를 노려보는 한쌍의 눈동자를 마주할때까지도.

"할 조던. 할말도 없는 건가."

서릿발 같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펄쩍뛰며 바짝 다가갔다. 피하고 피했지만 만난이상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야 했다. 브루스가 무슨 마음을 먹었던간에 자신은 헤어질 생각도 없었고 헤어지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행동은 신속했으며 모래사장에 무릎 꿇고 손을 모아 비는 할에 브루스는 꽤 당황해 하고 있었다. 물론 두눈을 질끈감고 있느라 당사자는 몰랐지만.

"브루스 미안해! 그때 네 경비행기 사고낸것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밀연애 까발리며 화낸것도, 그래놓고 도망쳐 버린것도!!"
"......"
"내가 그때 진짜 질투에 눈이 멀어서 미쳤었나봐, 응? 브루스, 배트맨! 애인님! 마눌님! 아니, 주인님!!"

답이 없는 목소리에 쩔쩔매며 매달리다 손에 닿는 감촉에 눈을 뜨니 생전 처음보는 얼굴의 브루스가 보였다.

"브루스?"
"마지막엔 주인님이라니, 대체 사고방식이 어디까지 간거야?"

당기는 힘에 스르륵 일어나며 그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순순히 안겨오며 제등을 감싸는 손길에 몇달동안이나 속으로 앓던 것이 무색하게도 사라져 버렸다.

"사과 안받아주면 몸종이라도 되려고 했지."
"나는 쓸모없는 몸종은 두지 않아."
"공짜인데?"
"나한테는 모든게 다 공짜나 다름없어."
"제길, 재수없는 억만장자"

서로의 품안에서 피식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때 어떻게 됐어?"
"갑작스럽게 커밍하더니 유일하게 멀쩡했던 이동수단을 타고 혼자 사라져버린 날?"
"아, 진짜 미안하다고... "

비행기를 자동모드로 돌려놓고 시작한 대화는 그간 못만난날을 대변하듯 달콤했지만 할의 궁금증과 브루스의 대화에 금새 사라지고 말았다.

"제대로 된 직장도 없는 과대망상증 환자를 돌봐주었더니 저리 집착한다고."
"뭐, 과대망상증-?! 이 편집증에 이중인격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