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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박쥐

은고님 리퀘 // 숲뱃 //친애하고 경애하는 그대 본문

리퀘

은고님 리퀘 // 숲뱃 //친애하고 경애하는 그대

외계인과박쥐 2017. 5. 11. 15:31


By.이름은 비워둘 수 없습니다.



+ 브루스.

어느 때와 같은 하루였다. 그와 팀업을 이루고, 정찰을 돌고, 임무를 수행하고. 숨쉴 듯 자연스러웠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제 마음을 난도질하고 뾰족한 탑을 쌓았지만 이내 깎이고 깎여 그에게 만큼은 온전히 상처만 남은 제 마음을 보이게 되었다.
손쓸 사이도 없이.

'브루스.'

저 태양처럼 반짝이는 미소와 한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둠이 태양의 아래 조용히 마음을 달랜다.


+ 클락.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서로의 신념과 가치관이 달라 삐걱 거리기만 했는데 이렇게 편안해 졌는지. 그와 함께 순찰을 나가고,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게 꽉 닫혀있다고 생각된 마음이 녹고 녹아 그의 자리를 만들게 되었다.
물 흐르듯 그는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클락.'

저 깊은 심연 속에서 퍼지는 따뜻한 미소와 한없이 보듬어주는 마음을 가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태양이 어둠의 아래에서 조용히 안식을 취한다.


+친애하는 당신에게.

조용히 제 품에 안겨있는 그를 바라봤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대화는 없었지만 클락에게는 이 시간이 아주 소중하고 좋았다. 저는 벽을 세우는 외계인, 아니, 사람이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저는 이 구성원에 속하지 못한다고,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라고만 여겼었다. 그런 저를 다른 자들과 같은 '사람'으로 있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의 곁이 좋았다. 저와 의견을 대립하면서 일말의 두려움 없이, 저를 바꾸고야 말겠다고 외치는 그. 저에게 정의의 기준과 넘어선 안될 도리를 매번 새겨주는 그.
내 세상의 전부였다.
클락에게는 제 품에 안겨 원더우먼이 넘겨준 임무에 대한 정보를 읽고 플랜을 짜는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했다.

"별로 안 어려워 보였는데."
"꼼꼼해서 나쁠 건 없지."
"그거야 그렇지만. 산사태?"
"장마로 인해 강둑이 무너졌나 보더군. 강줄기를 좀 바꿔야겠어."
"바로 사건 현장으로 가면 돼?"
"아니, 민가에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슈퍼맨 너는 거기로 가. 현장은 내가 정리하지."
"혼자 괜찮겠어?"
"알프레드에게 사고현장으로 장비운송을 부탁해뒀어. 도착해 있을 거다."
"금방 구조하고 백업하러 갈게."
"흠."

어느새 옆에 다가온 배트윙에 그를 내려주고 인명구조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작은 마을의 사람들을 안전지대에 옮겨주고 물이 고이는 지형을 뚫어줌으로 제 임무는 끝이 났다. 애초에 사람들은 제법 큰 마트의 옥상에 모여있었고 물의 수위가 일정했기에 인명구조는 어렵지도 않았다. 그가 완벽하게 사고현장을 처리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어 몸을 사건현장 쪽으로 돌렸을 때였다.

"?"

제 망토를 잡는 작은 기척에 고개를 숙이자 어린아이가 불쑥 품에 안은 것을 내민다.

"친구들이랑 모았어요. 구해주신 보답의 선물이에요."
"아, 고맙구나. 잘 받을게."

폭우로 인해 많이 상하긴 했지만 아이들의 정성이 들어간 들꽃다발 이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둥실 날아 올랐다. 점점 줄어드는 물살을 거슬러 그에게로 향했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가 보고 싶었다.
꽃이 상할까 천천히 간 탓인지 도착한 곳은 이미 산사태가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말끔해진 상태였다. 그 답게 깔끔한 현장. 두발을 땅 위로 올려두며 다가간다.

"브루스"
"슈퍼맨. 내가 활동중일땐 이름 부르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괜찮지 않아? 어차피 여기에 우리 말고는 없잖아."
"하아,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 무슨 꽃이지?"

고개를 갸웃 이며 순수한 물음이 담긴 목소리에 간질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제 손에 들린 꽃다발을 건낸다.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제 애정을 가득 담아 그의 품에 안겼다.
잔뜩 의심이 묻어나는 기운을 풍기면서도 제가 건 낸 꽃을 받아 드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고맙다면 줬어. 자네가 가져."
"흐음..."

길이가 들쭉날쭉한 줄기를 정리하고 잎사귀를 떨구며 정리하자 그의 손에 제법 그럴듯한 꽃다발이 완성된다. 저에게도 저런 재주가 있었으면 좋았지만 그의 이런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것이 소중했기에 배우지 않는다. 그는 이런 클락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이건 자네가 가지도록."

그가 건넨 세 송이의 들꽃은 클락의 아파트 침실 한 편에서 잘 마르고 있었다.

사랑하는 그대가 나에게 준 선물은, 작은 것도 저에게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


+경애하는 당신에게.

배트케이브에 있을 시간이었지만 서재에 있는 소파에 앉아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며 있었다. 테이블 한 켠에 알프레드가 신중이 고른 꽃병에 제가 가져온 꽃들이 싱그럽게 피어 있었다. 그리고 그 꽃다발 만큼 화사한 그의 얼굴이 떠나질 않았다. 그에 브루스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 졌다. 아이들이 준 선물이라며 저에게 건 냈을 뿐인데 그 장면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제 가슴만 간질간질거리게 만들 뿐. 조금 곤란했다.

"후우."

심호흡을 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의미 없이 그저 아이들의 호의를 나눴을 뿐인데 저는 다른 마음으로 받아들였기에, 클락켄트가 저에게 주는 마음이라 생각해 버렸기에.
클락은 저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에 속했다. 언제부터인지 제 부모님의 기일에 함께하기 시작했으며 제 감정변화를 알프레드만큼 알아차리기도 했다. 제가 언제 이만큼이나 클락에게 곁을 내주었는지 모르지만 이미 시간은 흘렀고 그 속에서 저는 종종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클락켄트는 저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가만히 앉아있기를 수분. 시계를 힐끔거리나 자리에 일어나 저택을 나섰다. 아직 패트롤을 돌 시간은 아니니 괜찮을 거라며 매트로폴리스로 향했다. 그는 의아하겠지만 서재에 가득 채워준 안식을 보답하기 위해서.

"클락. 조금 늦었군."
"페리가 좀 처럼 놔주지를 않아서 말이야."
"흠, 브루스 웨인과의 1:1일 인터뷰인데도?"
"....아."
"브루스 웨인으로 자네 회사번호로 전화까지 했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기자는 관두는 게 어떤가?"
"너무 그러지마 브루스... 갑자기 전화 받아서 너무 놀랐다고. 생각할 틈도 없었고."
"...아까운 연차 날린걸 축하하지. 클락켄트."

삐뚜러진 넥타이를 고쳐주고 차를 몰았다. 뛰어 내려오느라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하는 모습을 힐끔거렸다. 무표정한 얼굴에도 선한 인상이 남아있다. 워낙 밝은 그라서 그런지 살짝 올라가 있는 입 꼬리가 귀엽게도 보였다. 별게 다 귀엽고 잘생겨 보인다면서 속으로 저를 비웃으며 웨인 산하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이 레스토랑의 실직적인 주인을 앞에 두고도 너무 비싼 곳에 왔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마음껏 즐기며 시끄러우니 닥치라 말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와 똑 닮은 묵직한 구두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꽃 선물은 아이들이 했는데 보답은 내가 받다니-."
"그 아이들에게는 이미 보답을 했어."
"응? 언제?"
"클락, 기자면서 자기네 신문도 안보나?"
"...아, 그 지역 영재 육성 기부?"

그제야 마음을 푸는 행동에 그 답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사는 삶. 자신이 가장 동경하고 사랑하는 자가 소중이 여기는 삶.

사랑하는 그대가 나에게 준 선물은, 차별 없이 저에게도 내려오는 빛나는 마음.

클락과 브루스는 서로의 존재함에 대해 안도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은고님.. 데이트... 데이트를 써야 하는데.. 꽁냥 거려야 하는데 내용이... 산으로 갔네요... ㄷㄷㄷㄷㄷㄷ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ㅠㅠ (납작)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한 숲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